[책을 읽고 나서] 쓰기의 공식, 프렙!

저자 :  임재춘  / 출판사 : 반니   / 발행일 :  2019. 8. 8.      

 

글쓰기가 고달팠다. 어떤 날은 하루 종일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창밖만 바라보았다. 나와 글쓰기는 밀접한 관계에 있는데 한걸음도 나아진 것 같지 않아 갈증을 많이 느꼈다.

신문 칼럼을 읽고, 글쓰기 강좌도 듣고, 글 쓰기에 대한 책도 읽었다. 조금은 나아졌지만 뚜렷한 변화는 없었다. 이렇게 어두컴컴한 동굴 속에서 탈출을 시도하고픈 나에게 눈에 띄는 책을 발견하였다. 바로 '쓰기의 공식. 프렙'이었다.

프렙이라는 색다른 주제가 나를 이끌었다. 중간쯤 읽어가다가 무릎을 탁 치었다. 그래 문단이었어~라고 말이다.

나는 어떻게 하면 수려하게 글을 잘 쓰는가에만 몰입되어 있었고 문단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저자의 말대로 문단을 나누어 글을 쓴다면 나의 어려움이 50% 감소가 될 수 있었다.

나에게는 맞춤옷 같은 책을 드디어 만나게 된 것이다. 마냥 기쁘다.

저자는 이공계를 나왔다. 나는 어문학을 전공했다. 그래서인지 내가 책을 읽어내려가면 스스로 뉘우치게 되는 대목에 허를 찔린 듯했다.

"같은 한국어를 사용해도 벽이 있으면 외국어가 된다. 소통이 안되면 동일 언어도 적대 언어가 되고 만다"
"나는 독자에게, 자기가 쓴 글의 뜻을 이해하도록 노력해달라고 요구하는 작가들에 대해서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업무와 관련된 글을 쓰는 것은 상대에게 필요한 정보를 알리기 위해서인지 자신의 고생이나 박식함을 드러내기 위해서가 아니다."

저는 프렙이라는 문단과 함께 단문을 강조했다.

솔직히, 타인이 내 글을 보았을때 뭔가 그럴듯해 보이고 싶어서, 장문으로 글을 써 내려간 적이 많았다. 장문의 글을 쓰다 보면 내가 다시 읽어봐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것이 나의 유식함을 드러낸 것이라 여긴 적도 있었다.

타인이 나의 글을 쉽게 이해하면 내가 얕은 지식을 가진 사람으로 볼 것이라는 착각을 하였다.

"1. 밥줘 2. 배고파 3. 굶어 죽을 지경이다 4. 빨리 줘"
책에서 어린아이들이 사용하는 프렙이라면서 소개한 글이다. 완벽한 프렙을 구사하면서 훌륭한 단문의 예이다. 이 글을 읽고 웃음이 나왔다. 얼마나 명확하고 간단하고 메시지가 강력한가?

나는 언제부터 글을 어렵게 써야 한다는 나쁜 습관이 든 것인지 모르겠다. 단문을 쓰라는 말을 많이 듣긴 했는데 실천을 못했다. 여전히 습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니 나의 글쓰기에 진보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이 책을 통해 문단의 중요성과 함께 단문이 얼마나 강력한 메시지를 주는지 확인할 수 있다. 글쓰기에 대해 고민이 되는 분들이 있다면 나는 이 책을 권유하고 싶다.

글을 쓰는 것에도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 부단한 노력이 제대로 된 것이어야 한다는 점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내가 바라는 목표로 가고자 하는데, 잘못된 방향으로 계속 열심히 간들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 그래서 때로는 내가 가고 있는 길이 제대로 된 길인지 중간 점검이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나에게 중간점검 역할을 해주었다.

이 책은 쉽지만 내용이 알차다. 글에서 척추와 같은 문단을 좀 더 일찍 알았다면 나의 고통스런 시간은 많이 줄어들었으리라 생각해본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