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에서 내려서 집으로 총총총
어김없이 지나가게 되는 곳
'제발 니 집에 들어가 편히 쉬고 있으렴'하는 나의 바람은 어김없이 깨진다.
개는 줄에 묶여 땅바닥에 웅크리고 있다.
'으이구 추운데 집에 들어가 있지 왜'
저러고 있는데 그냥 지나가기
미안하다.
장갑에서 손을 빼고 다가간다.
개는 꼬리를 살랑대며
내게 다가와 킁킁 냄새를
맡으며 이렇게 말을 하는 것 같다.
'나에게 자주 와서 아는척 하는 사람~또 왔군'
노숙자 스멜을 풍기고 있는 개를 쓰다 듬는다.
밖에서 살고 있으니 털이 엉켜있고 한마디로 비주얼이 엉망이다.
개는 좋다고 배를 보이고
발라당 눕는다.
'난 너의 배까지 쓰다듬기엔 좀 거시기해. 미안'
짧은 시간이 지난 후
나는 안쓰럽고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채
뒤돌아 선다.
'내일 또 올께'
'추운 날씨에 잘 버티고 아프지 마'
개는 나를 배웅이라도 하듯
물끄러미 쳐다본다.
나는 몇번이고 뒤돌아 보면서
손을 흔들어 준다.
자, 이제부터가 문제이다.
개를 쓰다듬던 손을 장갑에 넣기도
외투 주머니에 넣기도
그러하다.
손에서 고약한 냄새가.....
할수없이 맨손으로 걸어 간다.
'아무리 춥다고 뭐...몇분동안
무슨 일이 있겠나'
아니다. 무슨일이 생긴다.
매서운 겨울 바람에 손이 꽁꽁꽁..
감각이 없어진다.
동상 걸릴 각이다.
집에 들어와 한동안 손을 녹인다.
이때 빨리 손을 녹이려고
뜨거운 물에 손을 퐁당 담갔다간
oh my god~가 된다.
감각없는 손이 서서히 회복될때까지 기다리면서 생각을 해본다.
저 개가 개답게 편안히 살수 있는 환경은 무엇일까?
자유는 만끽하되 주인없이 떠돌이 개가 되어 쓰레기를 뒤지며 사는 것
지금처럼 야외에서 줄에 묶여
자유가 구속되더라도 주인이 주는 사료와 물을 먹으며 사는 것
사람과 같이 집안에서 살면서
사람처럼 사는 것
마당을 가졌거나 시간이 많은 주인을 만나면
베스트이겠지만 그럴 확율은 희박하다 봐야겠고 시간이 많아도 게으른 주인을 만나면
그건....
내가 개의 주인이 된다면
주인을 기다리는 일이 개의 일상이
될 것같다.
'넌 어떤게 좋으니?'
개한테 물어볼수도 없고
사람과 개의 그 미묘한 관계
참 연구대상이다.
언젠가 TV에서 동물과 대화하는 외국인 박사님을 본적이 있다.
그 박사님은 정답을 알고 있을까?
암튼,
오늘도 나는 동네 개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잠깐 쓰다듬어 주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음...나를 찾아와 잠깐이라도 놀아주는 인간이 있으니 ..반갑군...내일 또 오려나?'
개가 이렇게 생각하면서 혹독한 추위를 견디어 준다면 내 손쯤이야 매일 꽁꽁 얼어도 괜찮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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