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꽤 시골스러운 곳에서 살고 있다.
시골이지만
다행히도 집에서 전철역까지 걸어서 15분
천천히 뛰어가면 11분에는 도착할 수 있는 거리이다.
오늘 아침 7시 16분 열차를 타기 위해 부지런히 걷다가
시계를 보니 7시 5분이었다.
아뿔싸!!!!
까딱하다간 늦겠다 싶어
부지런히 뛰기 시작했다.
시골에서 아침 7시면 깜깜하다.
게다가 겨울 아닌가
두꺼운 패딩잠바에 장갑을 끼고
어둠 속의 질주
지나가는 자동차가 날 힐끗 쳐다보는 것만 같다.
뭐지? 하고 말이다.
나는 운전면허가 없다.
차를 사고픈 생각도 면허를 따고 싶은 바람도 없다.
그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운전이 어려워 보여서 같기도 하고 꼭 운전을 해야 하나 같기도 하고... 암튼
전력 질주는 아니지만 계속 뛰어가니 숨이 차기 시작한다.
집에서 전철역까지 1/2 지점을 와서 숨 한번 몰아 쉬고 있는데, 내 옆으로 마을버스가 오더니 문이 열린다.
여긴 버스정류장이 아닌 전철역까지 가는 길목이고 나는 버스를 태워 달라고 기사님에게 손짓을 하지도 않았다.
게다가 나는 마을버스가 오는 줄도 몰랐다.
얼떨결에 마을버스 탔다. 마을버스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의아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 본다. 나는 머쓱한 얼굴로 구석 한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전철역까지 마을버스로 슝......
기사님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몇 번 하고 전철역 에 내렸다.
7시 16분 열차를 타려고 아둥바둥 댔으나 마을버스를 타고 오니 여유만만이다.
오히려 몇 분 시간이 남기도 하다.
열차를 타고 출근하면서 생각을 했다.
아마도 우리 동네 마을버스 기사님은 내가 어둠 속에서 질주하는 모습을 종종 봐 왔던 같고
그 모습이 안 쓰러웠던 모양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기사님이 승객들이 타고 있는 마을버스를 정류장도 아닌 곳에서
뛰어가는 날 위해 문을 열어 줄 리가 있을까
참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사님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시골에 살다 보니 출퇴근이 고단하다.
그렇지만 서울과는 달리 종종
사람의 따뜻한 마음...후한 인심... 그 섬세한 배려심 등을 느끼게 되고 그때마다 깊은 감동을 받는다.
그래서 오늘은 횡재한 날
내가 이런 배려를 받은 만큼
나도 누군가를 위해 노력하고
진실성있게 다가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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