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나서

[도서 리뷰] 이순신, 신은 이미 준비를 마치었나이다.

pacemaker 2019. 11. 17. 15:15

지은이 : 김종대 / 펴낸이 : 신민식 / 펴낸 곳 : 가디언 / 발행일 : 1쇄 2016. 5. 23.

 

 

솔직히 이순신에 대하여 관심이 없었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은 내가 국사에 문외한이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독서를 해야지라고 생각하지 않고 출근하는 길에 점심 식사 후 휴게 시간에 책을 읽었다. 어떤 날은 5분간 책을 읽기도 했다. 그렇게, 일주일의 시간이 걸려 마지막 책장을 덮을 즈음 나는 비로소 이 책은 나를 위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놀라웠다.

 

나는 상담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어려움을 겪는 분들의 고충사항을 듣고 해결해주는 일이다.

 

일을 시작해보니, 고충사항을 해결해주면 칭찬을 받았고 고충사항을 해결해주지 못하면 비난을 받았다. 고충사항을 해결해주는 경우는 매우 적었다. 그래서 비난을 받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애초 다짐했던 결심이 둥둥 떠다녔다. 어지러웠다.

 

함부로 움직이지 말고 산처럼 묵직하고 침착하라’ ‘이순신에게는 적과 싸워 이기는 나랏일이 먼저고 적의 목을 많이 베어 전과를 높이는 장수 개인의 일은 그다음이었다’나를 알고 적을 알아야 백번 싸워도 위태하지 않을 게 아닌가.’ ‘어렵다고 중단하면 정성이 아니

이같이 지극한 정성을 바친 사람은 그 결과가 어떠하건 또 남들이 무슨 말을 하건 상관하지 않는다.’

 

주옥같은 구절을 읽으면서 가슴이 뭉클해졌다. 눈물이 났다. 어쩌면, 나의 고민이 이순신 장군님이 고민과 유사한 면이 있었다. 그래서 위로를 받았다. 다시 용기를 얻었다.

 

매일 퇴근하고 집에 돌아가 어떻게 해야 일을 지혜롭게 처리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을 했다.

 

그러나 진척이 없었다. 고민만 할 뿐 나아지는 것이 없어 보여 좌절을 했다. 그러다가 한 가지 방안이 떠올랐다. 그것은 고충사항이 해결되지 않더라도 왜 그러한 결과가 나왔는지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게 충분한 설명을 해주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론과 실제는 달랐다. 시행착오를 수없이 했다.

 

또 다른 방안은 내가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을 보다 잘 처리하기 위해 현재 내가 갖추고 있는 업무 지식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공부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업무에 대한 공부와 더불어서 철학, 심리학 등을 공부했다. 주경야독을 하였다. 공부를 하다가, 어느 날 문득 공부라는 것이 결국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초심의 마음으로 돌아가 이순신 장군님을 떠올리며, 아무리 사소한 건이라도 내 모든 정성을 기울였다. 더 이상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스스로 판단하기 전까지 노력을 다했다. 나의 노력을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서운하지 않았다.

 

그런데 묘하게도 최선을 다해 정성 일념으로 일하는 사람에게는 결과 따위에는 괘념하지 않아도 좋을 심리적 평화와 희열이 따른 다는 것이다. 이 기쁨은 실로 사심 없이 최선을 다한 사람에게만 하늘이 내리는 한없는 위로일 것이다.’

 

나도, 점차 마음이 편안해졌다. 어떠한 일이 발생해도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마침내, 심리적 평화와 희열도 경험해보았다.

 

내가 이 책을 어떻게 읽게 되었을까? 운명적으로 이어진 게 아닌가 싶다. 나는 이순신 장군님과 같은 대단한 일을 하는 위치에 있지 않지만 오늘을 살아하는 사람으로서 그분의 위대한 뜻을 이어받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

 

내가 경험한 것을 토대로 주변에 알리고 싶다. 둘러보면 이순신 장군님과 같은 사명감을 갖고 일을 하고 있는 분들이 많다나와 같이 일상에 지쳐서 초심을 잃고 방황하고 있는 분들에게 이 책을 잃어 보시라고 권해보겠다. 작은 노력이 모이면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소소한 노력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라고 의심하지는 않겠다.

 

사람은 누구나 각자가 가지고 있는 내면의 가치 회로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결정(결단)하고 그것을 행동으로 나타낸다. (중략) 그러므로 앞서 본 바와 같이 이순신이 아무리 어렵고 복잡한 상황에서도 간결하게 결단했고 결단하고 나면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는 것은 그가 평소 깊은 수양을 통해 사랑과 정성, 정의와 자력의 내면적 가치들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잘 정돈해 흐트러짐이 없는 가치 회로를 준비했기 때문임은 말할 필요가 없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았던 대목이다. 이 책은 결코 위인전이 아니다. 저자가 공직생활 30년간 이순신 장군님에 대하여 연구한 기록이다. 저자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여 이순신 장군님을 연구하였는지는 책 곳곳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사랑하라고 해서 사랑이 되지는 않는다. 정성을 다하라고 해서 정성을 다할 수 없다. 또한 책을 읽고 , 나도 이순신 장군님의 훌륭한 인품을 본받아야지라고 결심을 해도 그러한 마음이 얼마나 유지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이순신 장군님을 본받으려면 나는 내 자신과 만나야 한다. 나에 대한 수양, 나에 대한 깊은 성찰 없이는 이순신 장군님을 따라갈 수 없다.

 

생각이 쌓이며 말과 행동으로 나타나고, 말과 행동이 쌓이면 습관이 되며, 습관은 운명과 유전자와 결합해 그 사람의 성품을 형성한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지금, 나는 내 자신과 만날 시간이다.